축구
[김희선의Cut In]악취·잔디 개선한 강원, 진짜 과제는 이제부터
"티켓 가격이 아깝지 않도록 개선해 준다면 앞으로도 계속 올 생각이에요."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3라운드 강원 FC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가 열린 지난 18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 축구장에서 만난 팬 A씨의 말이다.챌린지 시절부터 강원의 팬이었다는 A씨는 이날 주황색 강원 머플러를 두른 채 G2 구역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홈경기장 문제로 한참 시끄러웠던 강원이기에, 팬에게 직접 의견을 들어 보고 싶어 말을 건넸다. 홈 개막전에 이어 2경기 연속 경기를 보러 왔다는 A씨는 "여러모로 아직도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강원이 발전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비싼 돈을 내고 티켓을 사서 오는 팬들이 어떤 마음인지 알아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이처럼 스포츠계 안팎에는 구단과 선수, 팬들 사이에 여러 이슈들이 존재한다. '김희선의 Cut In'은 이 같은 현안 문제에 깊숙이 들어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알아볼 예정이다. ◇ 뭇매 맞은 강원, 필사적인 노력강원은 약 일주일 전인 지난 11일, 리그 2라운드 홈 개막전 FC 서울과 경기에서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경기에 패했기 때문이 아니다. 홈 개막전을 앞두고 야심 차게 준비에 나섰지만 정작 경기 당일 문제가 속출하는 바람에 도마 위에 올랐다. 경기장에는 지독한 악취가 감돌았고 잔디는 엉망이었다. 편의 시설은 부족했고, 주차 공간 확보 및 안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경기장을 찾은 수많은 팬들이 불편을 호소했다.언론은 물론 팬들의 비난이 뭇매처럼 쏟아지자 강원은 조태룡 대표이사가 직접 사과에 나섰다. "팬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인 조 대표는 구단 전 직원을 불러들여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 당장 포항 스틸러스와 3라운드 경기가 코앞이었다. 강원은 일주일 안에 비난받은 부분들을 개선해야만 했다.우선 "프로는커녕 아마추어 축구장 수준도 되지 않는다"는 혹평을 받은 잔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알펜시아리조트 잔디 관리팀과 협의했다. 잔디가 부족한 부분은 보식하고 추운 날씨 때문에 아직 노란 잔디에 착색제를 뿌려 푸르게 꾸몄다. 경기가 열리기 2~3일 전에 미리 뿌려 둔 터라 멀리서 봤을 때는 꽤 자연스러운 느낌이었다. 잔디보다 문제였던 악취도 얼추 해결했다.강원 측 관계자는 "본부석 밑 배수로가 악취의 원인이었다. 배수로를 들어내고 그 안의 오물을 모두 걷어 냈다"며 "아직 오물이 묻은 눈과 얼음이 조금 남아 있는 곳이 있어 냄새가 완벽히 사라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상당 부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물론 문제로 지적받은 부분이 모두 해결됐다고 하기엔 여전히 미비한 구석이 많았다. 서포터즈석 위쪽 공간에 마련된 매점에서 판매하는 먹거리의 가짓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경기장 안내 인력의 교육 문제도 여전히 엉성했다. 안내 인력들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고 쓰여 있는 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주차장의 위치를 묻는 질문에 서로 다른 답변을 내놓기 일쑤였고, 입장 게이트와 좌석 안내에서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강원 측은 "포항전이 끝난 뒤 또 한 번 대책 회의를 열어 보다 나은 경기 관람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A매치 휴식기를 포함해 3주간의 시간이 있으니 다음 경기 때는 지금보다 더 나아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진짜 과제는 '강원'의 퀄리티 올리기하지만 강원이 정말 신경 써야 할 것은 '지난 경기장보다 나은' 다음 경기장이 아니다. 경기장 시설과 운영은 기본이고, 경기력 등 모든 걸 포함한 '경기'라는 제품의 퀄리티를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강원을 찾아 경기를 치른 최순호(55) 포항 감독도 이 부분에 대해 가장 큰 아쉬움을 표했다. 최 감독은 "아이템을 더 준비해서 잘 마련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노력이 좀 부족한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여론의 질타를 받은 잔디나 악취, 그리고 경기 운영과 같은 세부적인 부분들은 당연히 고쳐야 하는 부분들이고, 또 고치다 보면 나아지는 게 당연한 부분들이다. 2라운드 서울전에서 비난받은 부분들이 3라운드 포항전에서 한층 나아진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앞서 치른 두 경기에서 나타난 문제는 사실 빙산의 일각과 같다.강원이 안고 있는 진짜 과제는 자신들이 매긴 티켓 가격에 걸맞은 퀄리티의 '제품'을 만드는 일이다. 지금까지는 프로 팀의 홈경기장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처참한 환경 때문에 비난의 화살이 모두 그쪽으로 쏠렸다. 그러나 지금 불거진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시설과 운영, 경기력까지 모든 면에서 강원이 판매하고 있는 '홈경기'라는 제품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는 의문이다.사실 개막 전부터 강원의 가격 정책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시선이 많았다. 강원은 올 시즌 지정 좌석제를 실시하고 상대팀을 A, B, C 3개 등급으로 나눠 티켓 금액을 달리 책정했다. 가장 저렴한 티켓은 서포터즈석인 F2석으로 9000원, 가장 비싼 티켓은 본부석 쪽 G1 좌석으로 5만원이다. 홈 개막전이었던 서울전은 A등급 경기라 성인 기준 최소 3만원이었다.다른 구단의 티켓과 비교해 비싸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당시 강원 측은 "단순히 2시간짜리 콘텐트라 생각하지 않겠다. 킥오프 훨씬 전부터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서 팬들이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게끔 준비하겠다"고 자신만만해 했다.결국 강원 홈경기장을 둘러싼 이번 사태는 자신감 넘치는 태도와 달리 '가격에 걸맞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한' 탓에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다.서울전(5098명)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포항전(1783명) 관중 수가 증명하듯 지불한 가격에 비해 제품의 퀄리티가 낮으면 소비자는 떠나기 마련이다. 지적받은 문제를 고치는 데 만족하지 말고 처음 그렸던 청사진대로 퀄리티 높은 제품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강원의 당면 과제다.김희선 기자
2017.03.21 06:00